인문학자 이중텐은 위나라 촉나라 오나라 리더들의 용인술을 이렇게 정리한다.
"저는 삼국시대의 지도자들의 용인술 특징을 다음의 열두 자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바로 조이지, 권이정, 비이의, 양이법 입니다. 해석하면 조조는 지혜, 손권은 정, 유비는 의리, 제갈량은 법으로 사람을 썼다는 얘기가 됩니다. 특히 제갈량은 법에다 공개·공정·공평이라는 덕목까지 더해 나라를 다스렸습니다."(446-7쪽)
저자는 또다른 절묘한 비유를 들어 위·촉·오 삼국의 정체(政體) 색깔을 묘사하고 있다. 지혜를 중시한 조조의 정부는 살롱 분위기가 나고, 의리를 중시한 유비의 정부는 비밀결사 냄새가 나고, 정을 중시한 손권의 정부는 가족 집단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가령 손권에게 장소는 작은 아버지 , 주유는 맏형 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손권이 가족들 에게 남긴 인물평이 흥미롭다. 주유는 용감하고 담력과 지략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괄목상대 의 주인공이자 관우를 사로잡은 여몽은 책략이 매우 뛰어나 주유에 버금간다고 평한 바 있다. 나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이 자기가 임명한 장관급 인사들을 어떻게 평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임기가 끝나면 각 장관급 인사에 대한 짧은 인물평을 남기고 떠나는 관례가 생긴다면 어떨까?
오나라의 손권은 도량이 크고 품격이 고상한 리더였다. 그러나 만년의 손권은 예외다. 혹자는 손권이 노인성 치매에 걸린 것 같다는 악평을 남길 정도였다. 그리고 조비나 유선 같은 역대 계승자들 가운데 가장 성공한 케이스였다. 그러나 정작 손권은 말년에 자식복이 없었다. 말년에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형이 동생을 죽이고 조카가 숙부를 죽이고 종친이 황족을 죽이는 골육상쟁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동오 진영에는 인재가 많았다. 특히 손권 정권 전기에 무장으로는 주유, 노숙, 여몽, 육손과 같은 인재들이 연이어 나와주었고, 문신으로는 장소, 고옹, 제갈근, 보즐 등이 있었다. 모든 정권에는 파벌이 있기 마련이다. 손권 진영은 주유와 장소, 주태처럼 손책을 따라 천하 쟁패에 나섰던 회사(회화와 사수)의 장군들 이 있었고, 노숙과 제갈근처럼 전란을 피해 강동으로 내려온 북방의 유랑인사들 이 있었고, 고옹과 육손처럼 권문세가 출신의 강동의 세가대족 이 있었다.
손권은 모두 7명의 아들이 있었다. 후계자 문제인 남로 당쟁 사건이 발생하자 손권은 태자 손화를 폐위하고 노왕 손패에게 사약을 내렸다. 그리고 남로 당쟁에 개입한 태자당의 강동사족들(육손과 오찬 등)을 제거하고 노왕당의 다른 두 파벌의 후예들(보즐과 여대 등)을 중용했다.
삼국지 강의 는 세계적인 중국석학 이중톈이 중국국영 CCTV에서 고급지식의 대중화 를 모토로 제작한 백가강단 프로그램의 한 강의프로그램을 묶은 두 번째 책으로 중국대륙에 새로운 고전 바람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1권에 이어 24강으로 이뤄져 있는 2권 또한 역사와 문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삼국지에 대한 시각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1권이 조조에 대한 재평가와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관도대전과 적벽대전에 많은 분량이 할애되었다면, 2권에서는 1권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삼국정립 과정에서 각국의 내정과 활약했던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다. 조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유비와 손권의 동맹과 그 이면에서 벌어진 치열한 암투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또한 마지막 강의 48강에서는 위 촉 오 세 나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낱낱이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결문에서는 영원한 화제일 수밖에 없는 삼국지의 문제를 어떤 역사관을 가지고 볼 것인지, 어떤 역사관을 가져야 하는지 논한다. 이중톈팬덤 까지 형성한 저자 이중톈의 역사관을 통해 삼국지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책이다.
3부 _ 삼국정립
25강 _ 중도에 그만두다
26강 _ 욕망은 끝이 없다
27강 _ 몸 둘 곳이 없다
28강 _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이다
29강 _ 살인 사건의 진상
30강 _ 후계자 쟁탈전
31강 _ 빈틈을 타고 들어오다
32강 _ 밀월의 음모
33강 _ 흰 옷을 입고 강을 건너다
34강 _ 맥성으로 패주하다
35강 _ 효정전쟁의 한
36강 _ 영안에서 후사를 부탁하다
4부 _ 다시 통일로
37강 _ 아주 특별한 군주와 신하
38강 _ 물과 기름의 관계
39강 _ 비통한 심정으로 팔을 자르다
40강 _ 내부 분쟁의 먹구름
41강 _ 공격은 최선의 수비
42강 _ 국면을 되돌릴 힘이 없다
43강 _ 풍운의 만남
44강 _ 동남을 공략하다
45강 _ 하늘 같은 정 바다 같은 한
46강 _ 따뜻한 인생, 차가운 최후
47강 _ 거슬러 올라가다
48강 _ 방법은 달라도 결과는 같다
결문 _ 장강은 여전히 동으로 흐른다
역자 후기 _ 삼국지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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