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해 대충하기가 쉽지 않지. 대충한다는 말은 대강한다는 말이 아니고 힘을 뺀다는 말이다. 좋은 책이다. 안자이 미즈무라의 그림은 하루키의 글보다 더 좋은 경우가 많다. 하루키의 수많은 에세이에서 미즈마루의 그림이 없었다면 얼마나 밋밋하고 시시했겠는가. 그가 이제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게 아쉽다. 절판되기 전에 사두야 하는 책 중에 하나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대충 그리면 될 것 같은 착각. 마음은 다하지 않고서는......
안자이 미즈마루 평생의 작품 궤적이 책은 초창기 작업부터 최고의 인기작까지 안자이 미즈마루 일러스트를 망라했다. 단행본 삽화, 잡지 표지, 만화, 그림 에세이 등 주제별로 분류해 대표작을 보여주며, 작업 당시의 에피소드를 같이 실어 흥미를 돋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대담, 일본 대중예술계를 이끈 아티스트 그룹 ‘팔레트클럽’의 멤버인 디자이너 신타니 마사히로와 하라다 오사무가 기억하는 안자이 미즈마루 등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후배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한 동료들이 말하는 ‘미즈마루 선생으로부터 배운 것’ 코너를 통해 거장의 성과를 돌아보고 그리워하는 추모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선과 색상, 허술한 듯 보이지만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진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을 한 권으로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2014년 4월 18일자 [주간 아사히]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기고한 추모글 [미처 그리지 못한 한 장의 그림-안자이 미즈마루 씨 이야기]를 저자의 허락을 얻어 이 책의 서문으로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