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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람 장길손

백소혜 2020. 12. 16. 01:54

큰사람 장길손

<위대하고 착한 나그네 이야기>“큰사람 장길손 우리 땅을 만들다(송아주 글,이형진 그림,도토리숲 펴냄)”는 신비로운 모습의 장길손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피해를 주어 쫓겨나는 등의 고난을 겪지만,결국 자신을 도와준 인간들에게 본인이 가진 신비한 힘을 이용하여 위대한 일을 하고 생을 마감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구전 설화에 바탕을 둔 이 책은 할머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입말체로 쓰여서 친근하고 구수한 느낌을 준다.또한 민족 설화답게 한국적인 그림 기법을 사용하였다.수묵채색화의 특징을 살린 붓의 거친 표현과 부드러운 곡선으로 장길손의 심리 변화에 맞추어 표정과 몸짓을 익살스럽게 표현하였다.장길손이란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주인공은 엄청나게 큰 덩치 때문에 집이 없는 나그네이다.이야기의 첫 부분에 나오는 장길손의 큰 몸집과 식성은 마치 범접할 수 없는 초능력을 가진 신의 모습을 연상시키지만,그것도 잠시 작가는 큰 사람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측은함을 느끼게 하고 장길손이 우리 이웃,친구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한끼에 쌀 수십 섬을 먹어야 하는 장길손은 늘 배고팠다.그것은 장길손이 우리땅을 나그네처럼 헤매야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신화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태초의 이야기를 친근한 인물과 소재를 통해 읽는 이의 무궁한 상상력을 자극하기 좋은 장르이다.옛 거인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재미있는 상상과 유머가 가득하여 읽는 내내 까르르 웃게 만든다.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은 장길손과 우리 땅을 여행하게 된다.그러면서 우리는 장길손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하게 된다.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인간을 위해 위대한 일을 해내는 장길손의모습에서 감동을 느끼게 된다.배고픔으로 우리땅을 헤매던 장길손은 풍요로운남쪽지방에서 실컷 밥을 얻어먹는다.하지만 너무 좋아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큰 팔다리 때문에 흉년이 들게 만들어 쫓겨난다.하지만 마음씨 착한 장길손은 오히려 미안해 한다.이제 북쪽으로 향하게 된 장길손은 며칠을 굶다 쓰러지며 나무,돌,흙을 마구잡이로 먹게 된다.이 부분의 글과 그림을 보며 비로서 장길손이 인간과 다른 비범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고 흥미진진 해진다.그렇게 마구 먹었던 돌,흙,나무를 토해낸 것이 백두산이 되고,백두산에 엎드려 흘린 눈물이 압록강과 두만강이 되었다는 발상은 정말 기발하다.무엇보다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장길손이 눈 똥이 태백산맥이 되고 똥 한덩이가 튀어 제주도가 되었다는 부분이다.장길손은 힘이 세고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거인이었지만 착하고,순박하다 마지막에는 자신을 배불리 먹여준 남쪽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보답하려 한다.마지막에 우리 땅 위에 편안히 잠들어 거대한 산맥과 개마고원이 된 장길손의 모습은 존경심까지 들게 한다.이 책은 아이들에게 다른 생김새는 외롭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 생김 덕분에 위대한 일을 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그리고 우리 땅,우리 지형에 대한 관심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줄 것이다.

우리나라 창세신화에서 보기 드문 남자 거인설화 이야기
우리 신화에는 땅과 세상을 만드는 창세신화를 다룬 이야기로 여러 거인설화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창세신화를 다룬 옛이야기 책들을 보면, ‘소별왕 대별왕’, ‘제주 설문대할망’, ‘마고할미’ 같이 많이 알려져 있는 설화를 소재로 한 책들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 제주와 산, 섬, 성곽 등을 만든 ‘제주 설문대할망’과 ‘마고할미’가 거인설화에서도 ‘여자’ 거인설화입니다. 반대로 ‘남자’ 거인설화는 소개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큰사람 장길손 는 여자 거인설화와 짝을 이루는 보기 드문 남자 거인설화 그림책입니다. 그래서 좀 더 각별한 가치가 있습니다.

여느 창세신화에 나오는 창조신들처럼, 진지하거나 장중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익살과 해학이 가득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땅을 배설물로 만드는 것이 익살맞습니다, 배고파서 파먹은 흙과 나무들로 산을 만들고, 눈물로 강을 만드는 장면에서는 아주 해학이 넘칩니다. 하지만 ‘큰사람 장길손’의 이런 익살 말고도 ‘장길손’이라는 크나큰 사람이 작고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일반 사람들과 소통하며 마지막에는 자기 몸을 내어주면 세상을 만들어가는 내용에서는 감동을 줍니다. 글을 쓴 작가는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고 여러 판본과 지역에서 흩어져 전해오는 이야기들의 줄기를 잘 살리면서도 가지를 다듬고 살을 붙여 멋진 이야기로 다시 만들어 냈습니다. 이야기 무대도 우리 땅에만 한정하지 않고, 일본과 저 멀리 드넓은 만주까지 넓힌 것도 눈에 띄는 책입니다.